🏕️ 캠핑장에서 만드는 간단한 아침 메뉴 5가지
캠핑을 다닌 지 어느덧 8년차입니다. 52세, 중소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고 있고, 주말마다 텐트를 챙겨 떠나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충북 제천의 한 캠핑장에서 눈을 떴는데, 밤새 비가 왔더라고요. 텐트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서 침낭 속에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8년 동안 캠핑 아침밥을 얼마나 다양하게 해먹었지?’
세어보니까 꽤 되더라고요.
근데 막상 주변 캠핑 초보분들 보면 아침이 제일 애매한 것 같습니다. 저녁은 고기 굽거나 찌개 끓이면 되는데, 아침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라면만 계속 드시는 분도 봤고요. 그래서 제가 직접 해보고 “이건 진짜 괜찮다” 싶은 메뉴 5가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엔 캠핑 아침으로 뭘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집에서처럼 밥 짓고 국 끓이고 반찬 꺼내고… 이게 캠핑장에서 되겠습니까? 안 됩니다. 첫 캠핑 때 밥을 하겠다고 코펠에 쌀을 넣고 끓였는데 바닥이 다 탔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캠핑 아침은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요.
🍳 핵심은 “준비는 집에서, 조리는 현장에서”
8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캠핑 아침 메뉴의 핵심은 철저한 사전 준비와 현장에서의 단순 조리입니다. 이 공식을 무시하면 아침부터 진이 빠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전날 저녁에 고기 굽고 술 마시고 늦게 잔 상태입니다. 아침에 눈 뜨면 머리도 좀 아프고, 손발이 잘 안 움직입니다. 그 상태에서 복잡한 요리를 하겠습니까? 솔직히 귀찮습니다.
그래서 제가 선정한 5가지 메뉴는 모두 이 조건을 충족합니다.
- 재료 손질은 집에서 미리 끝내고 올 것
- 현장 조리 시간 15분 이내
- 버너 하나로 충분할 것
- 설거지 거리가 적을 것
- 맛은 확실히 보장될 것
이 다섯 가지 조건. 하나라도 어기면 캠핑 아침이 고역이 됩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2019년쯤 팬케이크를 해보겠다고 밀가루 반죽까지 현장에서 했다가 손이 끈적끈적해지고 설거지도 엄청 많아져서 고생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무조건 단순하게 갑니다.
🥘 메뉴 1: 라면 업그레이드 버전 (계란 라면탕)
네, 라면입니다. “라면이 뭐가 특별해?” 하실 수 있습니다. 근데 제가 말하는 건 그냥 라면이 아닙니다.
저는 이걸 ‘계란 라면탕’이라고 부릅니다.
준비물: 신라면 1개, 계란 2개, 대파 송송 썬 것 (집에서 미리 손질해서 밀폐용기에), 참기름 약간, 김가루
만드는 법 설명하겠습니다. 물을 라면 설명서보다 반 컵 정도 적게 넣습니다. 끓으면 면과 스프를 넣고요. 면이 거의 익으면 계란 2개를 휘휘 풀어서 넣습니다. 젓지 마십시오. 그냥 뚜껑 덮고 30초만 기다립니다.
그러면 계란이 반숙 상태로 면 위에 올라앉습니다. 여기에 참기름 한 바퀴 두르고 김가루 뿌리면 끝입니다.
이게 왜 좋으냐면요. 국물이 진해집니다. 물을 적게 넣었으니까 국물이 걸쭉하고, 계란이 들어가니까 부드러운 맛이 납니다. 김가루가 고소함을 더해주고요. 보통 라면하고 급이 다릅니다.
제가 이 메뉴를 발견한 건 3년 전 강원도 인제 캠핑장에서였습니다. 그때 같이 간 회사 후배가 이렇게 끓여줬는데, 한 입 먹고 “이게 뭐야?” 했습니다. 진짜 맛있었거든요. 그 뒤로 캠핑 아침에 최소 한 번은 이걸 해먹습니다.
아쉬운 점: 나트륨입니다. 아침부터 라면이라 속이 좀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처럼 50대 넘으면 건강 생각도 해야 하는데, 국물까지 다 먹으면 나트륨 섭취가 꽤 됩니다. 그래서 전 국물은 반 정도만 먹습니다. 근데 그게 또 아깝긴 합니다.
🍞 메뉴 2: 식빵 핫도그 (소세지 토스트)
이건 진짜 간단합니다. 버너 위에 프라이팬 올리고 5분이면 됩니다.
준비물: 식빵 4장, 비엔나 소세지 1봉, 슬라이스 치즈 2장, 케첩, 버터
프라이팬에 버터를 살짝 녹입니다. 식빵 한쪽 면만 노릇하게 굽습니다. 그 사이에 소세지도 같이 굴려주면 됩니다. 구운 식빵 위에 치즈 올리고, 소세지 3~4개 올리고, 케첩 뿌리고 접어서 먹습니다.
끝입니다.
솔직히 요리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근데 캠핑장 아침에 이게 딱입니다. 특히 아이들 있으면 무조건 성공하는 메뉴입니다. 제 아들이 어렸을 때 이거 해주면 두 개씩 먹었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이라 캠핑 같이 안 가지만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 메뉴는 미국에서 유래된 것 같습니다. 제가 한 10년 전쯤 유튜브에서 미국 캠핑 영상 보다가 비슷한 걸 봤거든요. 그때는 핫도그 번을 썼는데, 전 그냥 식빵으로 대체했습니다. 식빵이 구하기 더 쉬우니까요.
팁 하나 드립니다. 버터는 미리 실온에 꺼내두십시오. 아침에 아이스박스에서 막 꺼낸 버터는 딱딱해서 프라이팬에 안 녹습니다. 전날 밤에 텐트 안에 놔두면 적당히 말랑해집니다.
아쉬운 점: 영양 균형이 안 맞습니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있는데 채소가 없습니다. 건강 생각하면 양상추라도 끼워야 하는데, 양상추를 캠핑장까지 신선하게 가져오기가 번거롭습니다. 그래서 이 메뉴 먹을 때는 과일이라도 따로 챙겨 먹습니다.
🥣 메뉴 3: 컵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기
이건 제 비장의 무기입니다.
아침에 밥을 어떻게 하냐고요? 즉석밥 씁니다. 요즘 즉석밥 진짜 잘 나옵니다. 햇반이든 뭐든 전자레인지 없이도 끓는 물에 데우면 됩니다.
준비물: 컵라면 1개 (저는 육개장 사발면 선호), 즉석밥 1개, 계란 1개, 김가루
컵라면을 끓입니다.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물을 선까지 채우지 마십시오. 선보다 1cm 정도 아래까지만 부으십시오. 왜냐하면 밥을 말아먹을 거라서 국물이 진해야 맛있습니다.
컵라면이 익는 동안 코펠에 물 끓여서 즉석밥을 데웁니다. 3분이면 됩니다.
컵라면 면을 먼저 건져 먹습니다. 한 반 그릇 정도는 남기십시오. 그리고 그 국물에 따뜻해진 즉석밥을 넣습니다. 계란 하나 풀어 넣고 휘휘 저으면 즉석 라면 국밥이 완성됩니다.
이게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은데 맛있습니다.
특히 쌀쌀한 봄가을 캠핑 때 이 메뉴가 진가를 발휘합니다.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먹으면 속이 확 풀립니다. 전날 술 마셨으면 해장도 되고요.
제가 이 메뉴를 처음 시도한 건 2018년 가을, 강원도 홍천에서였습니다. 그날 밤에 막걸리를 좀 과하게 마셨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속이 울렁울렁하더라고요. 아무것도 먹기 싫은데 뭔가는 먹어야 할 것 같아서 궁여지책으로 해먹었습니다. 근데 이게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겁니다. 그때 “유레카”를 외쳤습니다.
아쉬운 점: 비쥬얼이 안 좋습니다. 솔직히 컵라면에 밥 말아먹는 모습이 좀 초라해 보일 수 있습니다. 옆 사이트 캠퍼들이 근사하게 브런치 차려먹고 있는데 나는 컵라면에 밥 말아먹고 있으면… 뭐 저는 신경 안 쓰는데, 체면 중시하시는 분들은 좀 그럴 수 있습니다.
🍳 메뉴 4: 베이컨 에그 덮밥
이건 좀 그럴듯해 보이는 메뉴입니다. 손님 왔을 때 해주기 좋습니다.
준비물: 베이컨 4~5줄, 계란 2개, 즉석밥 1개, 간장 1스푼, 참기름, 후추, 쪽파 (집에서 미리 썰어올 것)
프라이팬에 기름 없이 베이컨을 먼저 굽습니다. 베이컨에서 기름이 나오니까 따로 기름 안 둘러도 됩니다. 바삭하게 구워서 한쪽에 밀어놓습니다.
베이컨 기름이 남아있는 프라이팬에 계란 2개를 깨 넣습니다. 반숙으로 프라이합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완숙 아닙니다. 반드시 반숙이어야 합니다. 노른자가 흐르르 터져야 밥이랑 비벼 먹을 때 맛있습니다.
따뜻하게 데운 즉석밥 위에 베이컨 올리고, 계란 프라이 올리고, 간장 한 스푼 둘러줍니다. 참기름 살짝, 후추 톡톡, 쪽파 뿌려서 마무리합니다.
이거 진짜 맛있습니다.
회사 워크샵으로 캠핑 갔을 때 팀원들한테 이거 해줬더니 다들 놀라더라고요. “팀장님 요리 잘하시네요” 이런 소리 들었습니다. 솔직히 요리라고 할 것도 없는 건데 있어 보이긴 합니다.
비법 하나 알려드립니다. 간장은 그냥 간장 말고 ‘맛간장’ 쓰십시오. 시판 맛간장이 간이 이미 맞춰져 있어서 실패할 확률이 낮습니다. 저는 청정원 맛간장 작은 병으로 캠핑용 따로 가지고 다닙니다.
아쉬운 점: 베이컨 보관이 까다롭습니다. 여름에는 아이스박스 관리 잘 안 하면 베이컨이 상합니다. 한번은 8월에 캠핑 갔는데 아이스박스 얼음이 다 녹아서 베이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났습니다. 버렸습니다. 여름 캠핑 때는 베이컨 대신 스팸을 추천드립니다. 스팸은 상온 보관 되니까요.
🥗 메뉴 5: 참치 마요 주먹밥
이건 조리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그냥 섞어서 뭉치면 됩니다.
준비물: 즉석밥 1개, 참치캔 1개 (작은 것), 마요네즈, 참기름, 소금, 김 (도시락 김이나 김밥용 김)
즉석밥을 데웁니다. 참치캔 기름을 따라버립니다. 큰 그릇에 밥, 참치, 마요네즈 2스푼, 참기름 약간, 소금 조금 넣고 섞습니다. 그걸 적당한 크기로 뭉쳐서 김으로 감싸면 완성입니다.
5분도 안 걸립니다.
이 메뉴의 장점은 설거지가 거의 없다는 겁니다. 큰 그릇 하나만 씻으면 됩니다. 캠핑장에서 설거지하러 공동 개수대까지 걸어가는 거 은근 귀찮거든요. 특히 아침에는 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 메뉴는 이동 중에도 먹을 수 있습니다. 철수하고 집 가는 길에 차에서 먹어도 됩니다. 주먹밥이니까 한 손으로 들고 먹으면 되거든요. 물론 운전하면서 먹으면 안 됩니다. 휴게소 같은 데서 잠깐 쉬면서 먹으십시오.
제 아내가 이 메뉴를 특히 좋아합니다. 제가 캠핑 가면 주로 저녁은 고기, 아침은 요리 담당인데, 아내는 설거지를 맡습니다. 참치 마요 주먹밥 하면 설거지가 적으니까 아내 입장에서 환영하는 메뉴입니다.
아쉬운 점: 손이 더러워집니다. 밥 뭉칠 때 마요네즈 때문에 손에 기름기가 묻습니다. 일회용 비닐장갑 끼고 하면 되긴 한데, 장갑 없으면 손 씻어야 합니다. 물 넉넉히 챙기십시오.
⚠️ 캠핑 아침 요리할 때 주의사항
8년 동안 캠핑하면서 배운 것들입니다. 꼭 기억하십시오.
첫째, 아침에 그릴 쓰지 마십시오.
아침에 숯불 피우는 건 미친 짓입니다. 숯 피우려면 20분은 걸리고, 그 사이 연기 맡으면서 기다려야 합니다. 아침부터 그럴 여유 없습니다. 무조건 가스버너로 해결되는 메뉴만 하십시오.
둘째, 물은 전날 밤에 미리 받아두십시오.
아침에 공동 수도까지 물 받으러 가면 다른 캠퍼들이랑 겹칩니다. 다들 아침에 물 필요하니까요. 전날 밤에 물통에 물 받아서 사이트에 비치해두면 아침이 훨씬 수월합니다.
셋째, 아이스박스 정리는 전날 밤에 하십시오.
아침에 “계란 어디 있지?” 하면서 아이스박스 뒤지면 진이 빠집니다. 전날 밤에 아침 메뉴 재료만 따로 비닐봉지에 담아서 아이스박스 위쪽에 놔두십시오. 아침에 열자마자 바로 꺼낼 수 있습니다.
넷째, 가스 잔량 확인하십시오.
가스 다 떨어지면 아침 굶습니다. 농담 아닙니다. 한번은 가스 떨어진 줄 모르고 버너 켰는데 불이 안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여분이 있었지만, 없었으면 굶었을 겁니다. 부탄가스는 항상 여유분 챙기십시오.
다섯째, 주변 사이트 눈치를 보십시오.
아침 일찍 요리하면 냄새가 납니다. 옆 사이트에서 아직 자고 있는데 베이컨 굽는 냄새 풍기면 민폐일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옆 사이트 사람들이 일어난 거 확인하고 요리 시작합니다. 최소한의 예의입니다.
📝 알아두면 좋은 추가 팁들
이건 제가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것들입니다.
종이접시 활용하십시오.
환경 생각하면 안 좋긴 한데, 현실적으로 캠핑장에서 설거지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아침에는 종이접시 쓰면 정말 편합니다. 요즘은 생분해되는 친환경 종이접시도 있으니까 그런 거 쓰면 죄책감도 좀 덜합니다.
캠핑용 조미료 세트를 만드십시오.
저는 작은 약통에 소금, 후추, 설탕 등을 나눠 담아서 다닙니다. 100ml짜리 공병에 간장, 참기름, 식용유도 따로 덜어서 가지고 다닙니다. 집에서 쓰는 큰 통 그대로 가져오면 짐만 무겁습니다.
일회용 수저 쓰지 마십시오.
일회용 수저는 의외로 불편합니다. 나무젓가락은 면이 잘 안 잡히고, 플라스틱 숟가락은 뜨거운 국물에 넣으면 묘하게 찝찝합니다. 집에서 쓰던 수저 한 세트 가져가는 게 낫습니다. 어차피 수저 하나 씻는 건 금방입니다.
👥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제가 소개한 5가지 메뉴는 특히 이런 분들께 유용할 겁니다.
캠핑은 가고 싶은데 요리에 자신 없는 분. 위에 소개한 메뉴들은 요리 초보도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사실 집에서는 라면도 잘 안 끓이는 사람입니다. 아내가 다 해주니까요. 근데 캠핑장에서는 제가 합니다. 이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고 싶은 분. 복잡한 아침 메뉴 하면 아침 내내 요리하다 끝납니다. 단순한 메뉴 빨리 해먹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자연 구경하는 게 캠핑의 진짜 묘미입니다.
가족 캠핑 가시는 분. 특히 아이들 있으면 아침이 전쟁입니다. 배고프다고 보채고요. 빨리 해줄 수 있는 메뉴가 필수입니다. 식빵 핫도그나 참치 마요 주먹밥 추천드립니다.
솔로 캠핑하시는 분. 혼자 캠핑 가면 아침 메뉴 고민이 더 됩니다. 대량으로 해먹을 것도 아니고, 혼자 먹을 건데 뭘 해야 하나 싶거든요. 컵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기, 강력 추천합니다. 혼자 먹기 딱 좋은 양입니다.
전날 술을 좀 드시는 분. 캠핑 가서 술 안 마시기 어렵습니다. 저도 전날 밤 맥주나 막걸리 몇 잔은 꼭 합니다. 그러면 아침에 컨디션이 완벽하진 않거든요. 해장 겸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메뉴가 필요합니다. 계란 라면탕이나 컵라면 국밥이 좋습니다.
🏁 마무리하며
캠핑 8년차가 되니까 이제 아침 메뉴 고민이 없습니다. 위에 적은 5가지 중에 그날 기분 따라 하나 골라서 하면 됩니다. 가끔은 두 가지 섞기도 합니다. 식빵 핫도그 먹고 컵라면 국물에 밥 말아먹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캠핑 아침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된다는 겁니다.
캠핑은 일상에서 벗어나 쉬러 가는 건데, 아침 메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